2002년 사설과 2007년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5년만에 기준 잣대가 많이 바뀌었군요. 총리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하더니, 대통령 될 사람에게는 이해할만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설] ‘張大煥 청문회’를 바라보는 視線
입력 : 2002.08.21 18:23 / 수정 : 2002.08.21 18:23
지금까지 제기된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장 지명자의 재산관련 의문들은, 각지에 산재한 그와 가족들의 부동산 소유과정에서 투기적 성격이 있었느냐는 점과, 특정은행에서 38억여원이 넘는 거액의 대출을 받게 된 경위와 그 용처(用處)에 관한 것들이다.
두 번째는 자녀들의 서울 강남 8학군 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논란과 그의 미국 박사학위 취득과 관계된 의문 같은 것들로, 주로 개인적인 도덕성에 관한 문제다.
마 지막 논란은 언론사 경영인 출신인 장 지명자의 언론관, 특히 그가 언론사를 경영하면서 맺어온 정권과의 관계 및 특혜의혹에 관한 것이다. 장 지명자는 이 같은 의문들에 대해 아직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청문회도 시작되기 전에 이런 물음들에 대해 일일이 잘못 답변하다가 오히려 더 큰 의문을 낳았다는 판단하에 모든 것을 국회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따라서 국회 청문특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는 무엇보다도 장 지명자의 청문 과정 및 인준안 처리에서 가능한 한 정치적 고려를 최소화해야 한다.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 ‘장상 총리 인준이 부결된 만큼 장 지명자는 어지간하면 통과될 것’이라는 식의 예측이 나온 바 있다고 한다. 불과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정치적 고려에 의해 총리 지명자의 적격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왔다갔다 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선거 관리·감독과 임기 말 국정 마무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총리 지명자의 리더십과 자질을 따져보는 기회이기에 더욱 엄격하고 공정해야 할 것이다.
[사설] 우울한 ‘張大煥 청문회’ 뒷맛
입력 : 2002.08.27 17:38 / 수정 : 2002.08.27 17:38
장 대환(張大煥)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을 매우 우울하게, 때로는 화나게 만들었다. 현정권이 한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면서 자신있게 국민 앞에 내놓은 새 인물의 모든 것이 바로 전(前) 지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장 지명자는 자신에 대한 검증절차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진면목을 국민 앞에 직접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이번 청문회에서 국정(國政)을 총괄할 책임자로서의 그 어떤 특장(特長)도 과시하지 못했다. 청문회 이전에 제기됐던 자녀들의 위장전입 같은 도덕성 문제, 재산형성 과정의 불법성 논란, 언론사 경영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한 그의 사과와 해명은 많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민망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정은 잘 이끌어 가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데 월등하게 성공한 것도 아니다. 장 지명자로서는 시종 자신을 죄인 다루듯 하는 청문회 운영방식이 불만이었을 수 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개인 역량인 것이다.
물론 특정한 시각에선 장 지명자의 도덕적 문제점들이 과거 우리 사회의 전반적 기준에 비추어 결코 용서못할 정도는 아니며, 인간적 평가에서도 무난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회는 장 지명자의 인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 재의 정국상황에서 총리 인준문제가 정치적 성격을 갖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정치적 고려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지난번 장상(張裳) 지명자에 이어 총리인준의 엄격한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공직사회의 도덕적 준거(準據)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정치 현안보다 중요한 일이 돼야 한다.
[사설] 이명박 후보의 위장 전입 시인
입력 : 2007.06.17 22:36 / 수정 : 2007.06.18 01:13
한 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6일 기자들을 만나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자녀 교육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간쯤 뒤 그의 선대본부는 “이 후보가 서울 압구정동에 살던 1977·1979·1981년에 세 딸을 같은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서울 남산동·필동·예장동으로, 84년엔 논현동에 살면서 아들의 다른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당시 현대건설 직원의 서울 연희동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으며, 1990년엔 이 후보 부인이 아들을 구정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인과 아들만) 압구정동 이 후보 친형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옮겨진 일에 대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은 알지 못했다는 느낌을 풍기는 語法어법을 사용한 것은 당당치 못하다. 물론 자녀 학교에 관한 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흔히 부인이 나서서 하는 일이라 해도 이 후보가 그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위장 전입은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30년 전의 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못 된다. 이 후보는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의 준법 의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녀 입학을 위해 저질렀던 위장 전입을 ‘30년 전과 지금의 일반 국민의 상식적 준법 수준’에서 판단할 때 여권의 주장처럼 후보 사퇴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박근혜 후보측과 여권이 사립초등학교를 ‘귀족학교’라며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렇게 말하는 여권 실력자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미국 사립학교 비용은 그들이 ‘귀족학교’라고 하는 우리나라 사립 초등학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박 후보와 가까운 친인척이나 참모들 중에도 자녀들을 자신들이 ‘귀족학교’라고 부르는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던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둘러볼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측과 여권은 “사립학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입학이 결정된다”고, 이 후보측이 위장 전입의 이유로 자녀 학교를 든 데 대해 異議이의를 제기했다. 말하자면 부동산 투기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투기 지역에 들지 못하는 강북 지역으로만 주소지를 옮겨 다닌 이 후보의 위장 전입이 과연 박 후보측과 여권의 주장처럼 부동산 투기 때문인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