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는 혁신 시장을 만들 것인가? (2편) - 더 나은 쥐덫의 오류 (Better Mousetrap Fallacy) -

2015.03.19 09:44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남들보다 더 나은 글을 쓰거나, 더 나은 설교를 하거나, 혹은 조금 더 개량된 쥐덫 하나라도 만들어 낸다면, 사람들은 그의 집이 아무리 울창한 숲 속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 문 앞에까지 길을 내고 찾아갈 것이다(Build a better mousetrap, and the world will beat a path to your door).'


이 말로 인해 '더 나은 쥐덫(a better mousetrap)'은 '더 나은 제품'이라는 관용구로 굳어졌다고 하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미국 울워스(Woolworth)기업의 사장인 체스터 울워스(Chester M. Woolworth)가 연구 끝에 뛰어난 쥐덫을 실제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쥐를 잡는 것은 기본이고, 디자인이나 위생 측면에서도 뛰어난 제품이었죠. 또한 세척 후 다시 사용이 가능하며, 가격도 기존 제품과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더 나은 쥐덫'은 처음에는 잘 팔리는 듯 했지만, 금세 매출액이 떨어지고,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예전 고객들은 쥐가 잡혀 있는 쥐덫을 처리하기 힘들어 쥐와 함께 쥐덫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새로운 쥐덫은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사용하기에는 그 과정이 징그럽고 불쾌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의 회귀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특허청에 등록된 쥐덫이 약 4,400건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더 나은 쥐덫'을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고객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잘 팔릴 것이라는 '제품ㆍ기술 중심적 사고의 오류'를 보여 줍니다. 유사한 예로 범세계 위성 통신 서비스인 '이리듐'도 대표적인 더 나은 쥐덫 사례로 꼽히는데요. 미국의 모토로라는 66개의 통신 위성을 띄워, 전 세계를 단말기 하나로 통신할 수 있게 하는 '범세계 위성 통신 서비스(이리듐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너무 높은 단말기 가격($3,500)과 통화료($5/분) 때문에 목표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총 투자비 50억 달러 대비 최종 손실액 94억 달러에 육박하는 참담한 실패로 끝을 보았습니다. 


저의 의문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 볼까 합니다. 이 제품은 인터넷에서 화두가 된 '스마트 캡(Smart Kapp)'이라는 화이트 보드입니다. 보드 위에 작성한 내용들을 간편하게 이미지 파일 등으로 만들거나, 팀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화이트 보드의 스마트화, '스마트 캡(Smart Kapp)'의 제품 사례 (출처: http://smartkapp.com)>


저는 기획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이 기기를 애용하는 편인데요. 위의 사진처럼 구상한 아이디어를 화이트 보드에 쓰다 보면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고, 팀원들과도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젝트 회의나 팀 회의를 할 때는 모든 회의실에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죠. 이 제품은 기존의 화이트 보드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넣어 회의 내용을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공유 기능을 넣은 것입니다. 


스마트 캡에 전원을 넣고, 스마트폰 등에는 앱을 설치한 뒤 QR(Quick Response) 코드나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이용해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준비가 끝나는데요. 이후 보드마커로 스마트 캡의 하얀 보드 위에 글자를 적거나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그러면 그 내용이 보드에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으로 공유됩니다. 회의록을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고, 메모된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니 얼핏 보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주는 정말 스마트한 보드입니다. 가격이 899달러(약 98만 원)인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만약 여러분이 구매 결정자라면 이 상품을 구매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우선, 화이트 보드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구매되고 활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화이트 보드는 대부분 회의실 같은 내부 공간에 배치됩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회사에서 팀의 공용 공간에 비치되죠. 비용 또한 회사의 소모품비나 자산 구매비로 충당을 하게 되며,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별도의 관리 책임자가 지정되지 않고, 그냥 어딘가에 두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팀의 공공 자산 형태로 관리됩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본다면, 구매자 입장에서 비싼 스마트 화이트 보드는 과연 매력적일까요? 물론 회의 결과를 빠르게 공유하고 정리할 수 있는 강점은 있으므로, 생산성이나 커뮤니케이션 향상에 기여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가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고장 발생 시의 A/S 여부, 배터리 교체 같은 일을 하는 관리자의 결정 등 부수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물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안 돼?'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던 '스마트 로프' 같은 제품 또한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그러나 만약 자주 사용하면 LED가 파열되어 오래 쓰지 못하는 제품이 되어 버릴 경우, 구매자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구매가 힘들다는 것이죠. 따라서 스마트한 제품이라도 내구성이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의류, 신발, 머그컵에 들어 가는 사물인터넷 모듈 또한 빈번한 세탁 및 세척 환경에서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IoT)은 이제 떠오르는 기술 분야이고, 제품들 역시 초기 단계이므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제품의 성공 여부를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이라도 우리의 일상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과거의 수많은 제품들이 그러했듯이, 사물인터넷 제품도 고객에게 분명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979년 로저 칼란톤과 로버트 쿠퍼는 200개 제품을 조사하고, 실패한 제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그중 가장 압도적인 수치인 28%를 차지한 것이 바로 '더 나은 쥐덫'이었습니다. 이 제품을 만든 기업들의 문제는 더 나은 쥐덫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죠.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한 것은 '더 나은 쥐덫'이 아니라 '쥐를 잡는 것'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쥐덫의 오류’에 대해서 잘 이해가 되셨나요?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사물인터넷(IoT)는 혁신 시장을 만들 것인가? (1편)http://blog.lgcns.com/725


http://webcache.googleusercontent.com/search?q=cache:QaJVS7hU1RgJ:blog.lgcns.com/727+&cd=1&hl=ko&ct=clnk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24542

대통령 쥐덫 말실수에 멀쩡한 글 지운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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